때는 바야흐로 2020년, 코로나 19의 여파로 각국은 빗장을 닫아걸었고 아무도 여행을 가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은 항공사들은 생존을 위해 급하게 돈이 필요했습니다.
United Airline, 이하 UA 역시나 예외는 아니었고, 돈을 빌리기 위해 고군분투 하며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큰돈을 빌릴수 있었으니 역시나 대마불사는 언제나 옳습니다.
2020년 6월 12일, UA는 SEC에 8-K를 제출합니다.
8-K란 무엇인가? 모르는 사람을 위해 아래 이미지 첨부합니다.
이 8-K로 주주들에게 무엇을 공시하였느냐, 하니 아래와 같습니다.
짧게 요약하자면 자금이 부족한 UA가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돈을 빌린다는 이야깁니다.
여기서 중요시 여겨 보아야 하는 대목이 있는데,
On June 12, 2020, UAL, United and their subsidiaries Mileage Plus Holdings, LLC (“MPH”) and Mileage Plus Intellectual Property Assets, Ltd. (“MIPA”) entered into a commitment letter (the “Commitment Letter”) with Goldman Sachs Lending Partners LLC (“GSLP”), Barclays Bank PLC and Morgan Stanley Senior Funding, Inc. (collectively, the “Lead Arrangers” or the “Committed Lenders”) pursuant to which, the Committed Lenders have committed to provide MPH and MIPA with, and the Lead Arrangers have agreed to arrange, a term loan facility of up to $5.0 billion, subject to the satisfaction of certain customary conditions (the “MileagePlus Financing”).
돈을 빌리는 주체가 UA 모기업이 아니라, UA의 마일리지 프로그램이 돈을 빌립니다.
아니 마일리지 프로그램이? 돈을?? 왜 모회사인 홀딩 컴퍼니가 아니라???
이 답은 해당 8-K 하단에 있습니다.
Multiplying MPH 2019 EBITDA by a factor of 12 equates to a MileagePlus valuation of approximately $21.9 billion.
…. 마일리지 프로그램이 $21.9 Billion의 값어치를 지녔다고?
참고로 코로나 여파가 전부 다 지나간 2024년 5월 4일인 오늘, NASDAQ: UAL의 Market Cap, 즉 시가총액은 $16.98 Billion이며, 해당 8-K가 공시되던 날인 2020년 6월 12일의 시총은 $10.34 Billion이었습니다.
모회사가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지 않나..? 근데 그걸 빼면 뭐가 남는거지?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지..?
그러나 이건 뭘 아는 사람에겐 완벽하게 말이 되는 소리가 됩니다.
UA는 Milageplus, 즉 UA의 마일리지 프로그램이 없다면 회사는 가치가 없습니다.
아니, 없다보다 못해서 네거티브, 빚쟁이가 됩니다.
뭐라는거야, 그럴리가 없잖아? 미국 최대 항공사중 하나라고! 라는 분을 위해 함 봅시다.
이를 이해시켜 드리기 위해 시계바늘을 조금 뒤로 돌려 2018년으로 되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래는 UA의 FY 2018 10-K입니다.
10-K를 모르는 사람을 위해 아래를 첨부합니다.
이 복잡한 연례 보고서에는 뭐가 있느냐, 바로 수익률이 있습니다.
근데 뭐 이걸 뒤져봐? 그냥 나오잖아? FY 2018 어닝스 릴리스에?
https://ir.united.com/static-files/7372b6c2-b668-4f40-819e-98656d3f5206
UAL reported full-year net income of $2.1 billion, diluted earnings per share of $7.70 (a 9.1 percent increase year-over-year), pretax earnings of $2.7 billion and pre-tax margin of 6.4 percent.
아니지, 아니지.
우리는 지금 마일리지를 뺀 회사의 값어치를 알고 싶은건데, 이건 UA가 모든 자회사, 즉 마일리지로 인한 수익률도 더해서 나온 숫자인겁니다.
마일리지 수익을 빼면 되잖아?
2020년 이전에는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포인트로 인한 정확한 수익을 공개한바가 없으므로, 이를 빼고 계산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있습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느냐?
물론 있죠.
RASM, Revenue Per Seat Mile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https://www.investopedia.com/terms/r/revenue-per-available-seat-mile-rasm.asp
Revenue per available seat mile (RASM) is a unit of measurement commonly used to compare the efficiency of various airlines.
RASM, 또는 TRASM은 Seat Mile당 총 수익률을 나타냅니다.
PRASM이란 개념도 따로 존재하니 Southwest Airline의 Investor Relations를 인용해봅시다.
https://www.southwestairlinesinvestorrelations.com/investor-resources/investor-faqs/airline-glossary#:~:text=PRASM%20(Passenger%20Revenue%20per%20Available,Passenger%20Revenues%2FAvailable%20Seat%20Miles.
PRASM은 마일리지등 기타등등의 수익을 넣기 전, Seat Mile당 승객으로부터 얻는 수익을 이야기합니다.
고로, PRASM + 기타 수익 (마일리지 포함) = RASM의 공식이 성립됩니다.
그리고 마침 UA도 RASM과 PRASM을 이용해서 10-K를 2018년에 공시한 바 있으니, 봅시다.
https://www.sec.gov/Archives/edgar/data/100517/000010051719000009/ual_201810k.htm
Line 6를 보면, UA는 PRASM, 즉 Passenger로부터 1마일당 $0.137을 벌었다.
Line 7을 보면, UA는 TRASM, 즉 총 수익으로 1마일당 $0.15를 벌었다.
Line 9를 보면, UA는 Cost(CASM)로 1마일당 $0.1381을 지출했다.
어?
PRASM - CASM = -$0.0011?
운항을 하면 할수록 더욱 손해가 나..?
항공사가 운항을 하면 돈을 버는게 아니라 잃고, 마일리지 장사로 돈을 번다고..?
UA만 그런거 아니야?
Delta:
2020년 시가총액 $20 Billion, 마일리지 프로그램 가치 $26 Billion.
2018년 PRASM $0.1509, CASM $0.1487.
American Airline:
2020년 시가총액 $6 Billion, 마일리지 프로그램 가치 $25.5 Billion.
2018년 PRASM $0.1442, CASM $0.1485.
그렇습니다.
항공사는 사실 운영에서 돈을 잃고,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구조인겁니다.
“공짜 비행하시고 저희 마일리지 사가세요!” 라고 써붙여도 과언이 아닌게죠.
왜 비행기를 탈때마다 승무원들이 카드 세일즈를 그렇게 해대는지 이제는 이해할때가 왔습니다.
그럼 항공사는 마일리지 장사는 어떻게 하는걸까요?
나는 항공사 웹사이트에 가서 마일을 산적이 없는데?
나는 카드회사에서 카드 열면 공짜로 주는 마일 받아본게 다인데?
나는 땅콩항공 탈때 스카이패스 회원번호 적고 마일 공짜로 얻었는데?
항공사가 무슨 돈을 벌어 그걸로?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데, 몰랐다면 이제부터 알면 됩니다.
알았다면, 당신은 최소한 과반수의 사람보다는 더 알고있으니 축하합니다, 끌끌.
1979년, Texas International Airline이란 회사가 최초로 마일… 뭐 넘어가고.
현재까지 사람들이 기억하는 항공사 마일리지의 원형은 American Airline, 이하 AA가 1981년에 처음 시작했고, United와 Delta 역시 당해에 경쟁하듯 밀리지 않기 위해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미국이 처음 삽을 뜨자,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 역시 이를 따라하였고, 1982년 British Airways와 AA의 마일리지 공유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마일리지란 개념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국뽕을 조금 들이키자면, 대한항공은 British Airways, Lufthansa, SAS에 뒤이어 비 미국 항공사로는 4번째로 1987년에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창설하게 되지만 뭐 중요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초창기, 이때의 마일리지는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원래 중국집 쿠폰이였습니다.
10장 채우면 간짜장, 30장에 탕수육, 50장 다 모으면 요리 하나.
고객이 리터닝 커스터머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주는 작은 뽀찌같은거, 100마일을 타면 1마일을 쳐주는 귀여운 개평.
어 잠깐, 원래라는 말을 썼다는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거겠죠?
아 물론이죠, Wag the Dog이란 말처럼 현재는 꼬리인 마일리지 프로그램이 몸통인 모회사를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쿠폰이 중국집의 주요 수입원이며, 중국집은 그냥 쿠폰 장사 하려고 손해보면서 운영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중국집 쿠폰이 돈처럼 쓰인다고 상상을 해봐야 합니다.
핸드폰 가게 사장님이 자기 핸드폰 사면 덤으로 쿠폰 열개 얹어줘야 한다고 쿠폰을 돈주고 사가는 세상이 온겁니다.
심지어 그 쿠폰은 중국집 마음대로 발행량을 통제 가능하며, 그 가치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수 있으며, 심지어 마음대로 일정 기간 후에 만료시켜버릴수도 있습니다.
뭐야, 이거 은행이잖아? 그것도 중앙은행이 쓸수있는 일반적으로 휘두르는 힘보다 훨씬 더 비상식적인? 어느동네 중앙은행이 돈을 쓰지 않으면 만료 시켜버릴 수가 있어?
이런짓을 하고도 문제가 없는건 세계 모든 중앙은행의 꿈일지도 모릅니다.
돈을 많이 찍어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도 후폭풍이 없어?
시중에 풀린 돈을 그냥 만료시켜버려서 가치를 증발시켜도 돼?
내가 돈의 값어치를 대놓고 낮춰도 합법이고 큰 문제가 안일어나?
이와 비슷한 시도를 한 터키, 짐바브웨등의 은행들이 어떠한 전철을 밟았는지는 굳이 이야기하면 입만 아픈데, 항공사들은 이런 일을 밥먹듯이 하고도 괜찮다…?
왜냐하면 이건 그냥 포인트니까….. 라고 생각하는게 현재 전반적인 사회적 컨센서스라서 그렇습니다.
여전히 사회적 시선은 중국집 쿠폰 대하듯 마일리지를 대하고 있습니다.
쿠폰으로 밥 안준다고 뭐 가서 중국집 때려부시나? 그냥 에휴 하고 말지.
근데 진짜 마일리지는 아직 쿠폰의 레벨인걸까요?
전의 UA의 8-K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Multiplying MPH 2019 EBITDA by a factor of 12 equates to a MileagePlus valuation of approximately $21.9 billion.
UA의 마일리지 프로그램은 2019년 기준으로 $21.9 Billion의 가치를 지녔습니다.
그게 얼만데요?
2022년 월드뱅크 기준으로 몽골 ($17.15 Billion), 수리남 ($3.6 Billion), 사모아 제도 ($0.83 Billion), 팔라우 제도($0.23 Billion)에다가 투발루 ($0.06 Billion)의 연간 국내 총생산량을 더하고도 남습니다.
https://data.worldbank.org/indicator/NY.GDP.MKTP.CD?most_recent_value_desc=true&year_high_desc=true
UA만 주장하는 가치가 아니라, UA는 이를 담보로 2020년에만 $6.7 Billion을 빌렸으니, 이는 허구의 가치가 아닌거죠.
(출처는 페이지 12) https://ir.united.com/static-files/1f8e8a33-9afa-40a6-bfa5-0a96ab0f3e87
미국 최대 은행 Chase와 BOA는 이를 담보로 각각 $5 Billion의 대출을 해주거나 고려한적이 있으니, UA의 $21.9 Billion의 가치는 실제로 인정받았다고 봐야 합니다.
https://www.sec.gov/Archives/edgar/data/100517/000110465921053890/tm2112699d6_ex10-1.htm
https://www.sec.gov/Archives/edgar/data/100517/000119312520086944/d866247dex101.htm
소규모 나라의 GDP를 뺨치는 값어치를 자기 마음대로 발행하는 주체를 은행이라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자기 멋대로 막 하네, 뭐라 불러야 하나? 슈퍼 은행???
그래, 알겠다. 마일리지가 돈이란건 알겠는데 대체 그건 어떻게 버는데?
그냥 비행기 타면 몇퍼센트 주는거 아니야? 그게 어떻게 돈이 되는데?
다시 시간여행을 조금 하도록 합시다.
1981년, AA는 렌트카 회사 Hertz와 계약을 맺어 Hertz의 고객들이 차를 빌리는 경우, 빌린 가격에 비례해 AA 마일리지를 보너스로 주게 합니다.
엥? 그럼 AA는 바보에요? 왜 그걸 줍니까?
당연히 공짜가 아니니까 그러겠죠.
고객이 Hertz에서 렌트카를 $100 어치 지불한다고 합시다.
- Hertz는 AA에게 200 AA Mile을 1 mile당 $0.01을 주고 200 mile을 사옵니다. 총 $2 지출.
- Hertz의 고객 김모씨는 $100의 돈을 내고 렌트카를 하루동안 빌립니다.
- Hertz는 고객이 지불하는 $1 마다 2 Mile 어치의 AA Mile을 김모씨에게 줘야 하니; 이 경우 아까 사온 200 mile을 고객에게 내줍니다. https://offer.hertz.com/offers/index.jsp?targetPage=aasoloemails1.jsp
- 김모씨는 200 mile을 공짜로 얻었다고 생각하고, 역시나 Avis가 아닌 Hertz에서 빌리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 Hertz는 AA의 충성고객 또는 마일리지 잿밥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프로모션 비용으로 $2를 비용처리합니다; 사실 마일을 안줬다면 렌트카는 $98이였을지도 모르는겁니다.
- Hertzs는 사실상 고객의 돈으로 1 마일당 1 센트를 지불하여 사왔다!
- AA는 $2의 수익을 올렸다!
같은 의미에서 은행에서 카드를 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 Citi 은행은 AA에게 1 point당 $0.01을 주고 7500만 포인트를 사옵니다, 총 지출 75만불.
- Citi 은행은 큰 프로모션 광고를 합니다.
3. Citi 은행의 프로모션에 혹한 카드 사용자 100명이 걸려들었다! 신규 카드 사용자 100명 유입!
4. 인당 7만5천 포인트씩을 받아갑니다.
5. AA는 75만불의 수익을 올렸다!
심지어 여기서 끝나지도 않습니다.
저런 카드는 보통 사용시에 해당 항공사나 호텔의 포인트를 더 주기도 하는데, 아래와 같습니다.
저기서 카드 이용자가 구매하는 만큼, 위의 Hertz의 사례와 같이, 카드사는 그 액수에 비례해서 항공사에게서 마일리지 포인트를 사와서 뿌려줘야 하므로, AA는 계속해서 수익을 올립니다.
아니 은행은 왜 그런짓을 합니까?
그래야 손님을 끌어오고, 손님을 끌어와야 은행이 빚쟁이 장사를 할거 아닙니까.
이게 다 프로모션이여 프로모션, 미국 신용카드 시장이 얼마나 큰데 그걸 놓쳐?
https://www.experian.com/blogs/ask-experian/state-of-credit-cards/#s5
이 보세요, 이거 아까 $750어치 AA 포인트 웰컴포인트 사와서 $6,501 빚을 지게 한다는 계산이 나오죠?
그럼 그 빚으로 얼마나 돈을 버는데?
2023년 기준으로 이자율 18%쯤 되니까, 위의 평균 $6,501의 빚을 곱하면 매년 $1,170.18의 이자가 생기네요?
일년치 이자가 $750어치 AA 웰컴포인트 한방에 갚고도 남았네?
근데 그냥 다들 신용카드 여러개 만들어서 웰컴 포인트만 빼먹고 튀는거 아닌가요?
저 평균은 그냥 몇몇 빚 많이 지는 사람들이 다 올려두는거고?
네 보다시피 아닙니다.
신용카드 여러개 있는게 디폴트가 아니에요, 신용카드를 4장 이상 보유한 사람이 이상한겁니다.
대충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신용카드 회사는 호텔, 항공사들의 포인트를 사와서 프로모션으로 뿌립니다.
2. 항공사는 그 돈을 기반으로 회사 운영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포인트 장사가 주력이 됐어요.
3. 신용카드 회사는 해당 프로모션으로 비용보다 훨씬 큰 수익을 올리며, $1 Trillion을 넘긴 미국 신용카드 빚잔치의 파이를 차지하게 됩니다. 감이 안온다면, 2023년 미국 총 신용카드 빚은 대한민국 2024년 국내 총생산 $1.71 Billion의 62.4%쯤 됩니다. https://www.imf.org/external/datamapper/NGDPD@WEO/OEMDC/ADVEC/WEOWORLD/AFQ/KOR
항공사는 남들에게 포인트를 파는게 이제 주력 장사가 되었으므로 포인트를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생명이 되었습니다.
포인트를 더 적당히 쓰기 어렵게 만들고, 적당히 포인트를 지불해야 하는 액수를 늘리고, 적당히 할수 있으면 포인트를 만료시켜버리고 못쓰게 만듭니다; 너무 심하게 하면 델타처럼 페소 소리를 듣고 사회적으로 사람들의 지탄을 받아서 해당 항공사의 카드를 안만드니까 큰일입니다.
항공사가 이러면 운항에 신경을 쓸까요, 아님 포인트 장사에 신경을 쓸까요?
남에게 포인트 팔아대기에 혈안이 된 항공사, 남에게 돈 빌려주고 이자 받아오는거에 혈안이 된 은행과 시스템이 다른가요?
모든 회사는 은행이고 싶어한다, 1화였습니다.